계좌번호만 입력하면 은행을 추천해주는 1원 인증 시스템 만들기

2025. 10. 14.
지승욱
Engineering Director

들어가면서

로그인과 인증 과정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쓰기 전 반드시 거치는 첫 관문입니다. 코빗은 2023년, 본인인증 기반으로 로그인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면서 1원 인증 단계에서의 사용자 불편을 줄이기 위한 작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저희는 ‘은행을 먼저 고르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은행을 추천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었으며, 1년간의 실제 데이터를 통해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공유하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운 방식은 전체 사용자 중 56%가 사용하는 주요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평균 입력 시간을 3초 단축하며 로그인과 계좌 인증 경험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문제 인식: “은행 먼저 고르기”의 불편함

2022년에 만들었던 '은행 먼저 고르는' 1원 인증 화면
2022년에 만들었던 '은행 먼저 고르는' 1원 인증 화면

기존 1원 인증 절차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은행 선택
  2. 계좌번호 입력

겉보기엔 자연스러운 순서처럼 보이지만, 실제 데이터와 사용자 행동을 보면 “은행 선택” 이라는 작은 번거로움이 UX를 해치고 있었습니다.

국내에는 수십 개의 은행이 존재하는데 사용자는 스크롤을 내려가며 원하는 은행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평균적으로 약 3초의 추가 시간이 소요되었고, 본인인증이 로그인 과정에도 필수적으로 적용되면서 사용자 불편이 누적되는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따라서 저희 팀은 “은행을 고르기 위해 시간을 소요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디어의 시작: 토스뱅크에서 얻은 영감

'계좌 먼저' 입력하게 바꾼 지금의 화면 구성
'계좌 먼저' 입력하게 바꾼 지금의 화면 구성

아이디어의 시작은, 팀 내부에서 송금 기능을 이용하다가 토스뱅크의 ‘계좌번호 기반 은행 자동 추천’ UX를 접한 것이 출발점이었습니다.

우리도 계좌정보 입력 과정에서 똑같이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토스뱅크의 방식을 더 분석해보니, 입력할 때마다 서버에 요청을 하여 추천 결과를 받아오는 구조로 보였고, 이로 인해 약간의 지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클라이언트 캐싱을 통해 더 나은 UX를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 계좌번호 패턴만으로 은행을 판별하고
  • 즉각 반응하는 클라이언트 로직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기술적 접근: 계좌번호 패턴에서 답을 찾다

먼저, 은행 추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좌번호만 보고 은행을 추측할 수 있는 규칙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계좌번호 자릿수 같은 것을 생각했는데, 개선 제안을 사내에 공유하자 이정우 CTO님이 금융결제원 CMS 계좌번호 체계를 알려주셔서 이를 바탕으로 계좌번호가 어떻게 부여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계좌번호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각 구성 요소마다 특정한 의미와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계좌번호는 일반적으로 지점번호, 과목번호, 계좌종류, 검증번호 등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YYYZZZZZZZZC로 이루어진 14자리 계좌번호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 YYY는 과목번호, ZZZZZZZZ는 일련번호, C는 검증번호입니다. 이 중 우리가 은행 식별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요소는 바로 '총 계좌번호 자릿수'와 '과목번호'였습니다. 각 은행마다 사용하는 계좌번호의 총 길이가 정해져 있고, 특정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숫자(과목번호)도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은행별 계좌번호 길이, 과목번호 위치, 가능한 값의 조합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은행이 여러 체계를 가질 수 있음을 고려해 모든 가능한 패턴을 JSON 형태로 구조화하였습니다.

{
  "088": [
    { "length": 14, "prefix": ["110", "120", "121"] },
    { "length": 13, "prefix": ["100", "101"] }
  ],
  ...
}

클라이언트 구현: 빠르고 유연하게

패턴 데이터 제공

은행 구분을 위한 룰셋은 서버에서 JSON 형태로 제공되며, 앱은 실행 시 이를 로드해 캐시에 저장합니다. 이를 통해 추후 은행 코드나 체계가 변경되어도 앱 업데이트 없이 즉시 반영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즉시 반응형 추천 로직

또한, 계좌번호를 입력할 때 마다 서버 API를 호출하지 않고 앱 진입 시점에 필요한 데이터를 캐싱하여 사용자에게 즉시 추천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를 통해, 서버 통신으로 인한 지연이 없어져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은행에 따른 정렬

마지막으로, 어떤 계좌번호는 5개 은행의 패턴에 매칭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은행의 시장점유율을 고려해서 실제로 사용자가 쓸 확률이 높은 은행을 우선 표시하도록 해서 사용자가 더욱 빠르게 1원 인증을 마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확도 검증과 성과 측정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은행을 추천해 주는 화면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은행을 추천해 주는 화면

개발 완료 후, 다양한 실제 계좌번호를 사용하여 추천 결과를 검증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첫 번째나 두 번째 추천 결과에서 원하는 은행이 추천되었으며 계좌 입력 과정이 매우 매끄러워졌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계좌번호에 대해 완벽한 추천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휴대전화 번호로 만든 평생계좌 같은 경우들이 있어, 이런 경우에는 기존 방식처럼 직접 은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구분 2024년 1분기 2024년 4분기 사용자 패턴 변화
은행 자동 추천 47% 56% 9% 증가
은행 직접 선택 52% 42% 10% 감소
중복 사용 2% 이하 2% 이하 -

그리고 2023년 말 적용 후, 약 1년간의 데이터를 살펴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추천' 방식이 더 많이 선택되어(47% → 56%), 한 번 익숙해진 사용자는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UX 개선이 아니라 사용자가 새로운 경험을 선호하게 된 변화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배운 점: 작은 개선이 만드는 큰 차이

1️⃣ UX 개선은 작은 관찰에서 시작한다

저희는 ‘은행을 고르는 3초’라는 작은 불편을 개선했을 뿐이지만, 이 작은 개선이 전체 로그인 경험을 훨씬 매끄럽게 만들었습니다.

2️⃣ 클라이언트 개발팀도 “제품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코빗에서 클라이언트 개발 팀이 직접 문제를 제안하고, 데이터 분석 → 기술 설계 → 구현까지 자율적으로 주도한 첫 사례였습니다. 이후 개발팀 내부에서는 ‘사용자 행동 데이터 기반 기능 검토’가 자연스러운 프로세스로 자리잡으며 전사적인 개발 문화도 개선하였습니다.

3️⃣ 데이터는 직관을 검증한다

그리고 단순히 “이게 더 편할 것 같다”는 감각만으로 끝내지 않고, 실제 기능 출시 후 1년간의 데이터를 통해 정량적으로 UX 개선 효과를 입증할 수 있었던 점이 큰 보람이었습니다.

마치며

은행 추천 시스템은 거창한 기술이 아닙니다. 복잡한 알고리즘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데이터의 규칙을 이해하고 사용자의 실제 행동 패턴에 맞춰 조금 더 인간적인 UI를 만든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기술의 힘은 복잡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경험이라도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코빗은 사용자가 느끼는 작은 불편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술을 통해 해결하는 ‘사용자 중심의 개발’을 하는 회사로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승욱
Engineering Director
가상자산 거래소의 클라이언트 개발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좋은 팀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믿음으로, 사용자 경험을 중심에 둔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